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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이사회 인터뷰 - 정혜숙(이호)

분류
조합원 인터뷰
인터뷰 일시
2022/03/25
인터뷰 장소
합정동 - <무대륙>
인터뷰 장소 합정동 <무대륙>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가 이호라고 합니다. 싱어송라이터와 밴드 호와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몇몇 단체에서 조합원이나 구성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 또 로와로라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재정비를 하고 있습니다.
2.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라면 주로 어떤 것들을 창작 하시는 건가요?
‘만들 수 있는 건 다 한다!’ 이런 상태에요. 음반 기획이나 뮤직비디오 제작도 하고 있고 앨범 아트워크나 공연포스터 등의 디자인, 공연기획이나 전시기획 등의 작업까지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동료 뮤지션들의 의뢰도 생겨서 작업이 조금씩 확장되고 있습니다. 호와호의 모호 씨와도 중간중간 같이 일하고 있어요.
3. 호와호로 함께 활동을 하고 계신 모호님과는 어떤 계기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을까요?
클럽공연이나 여러가지 주제에 대한 기획공연 라인업에서 우연히 몇 번 만나게 됐어요. 그때마다 이런 분이 있구나, 목소리가 특이하고 되게 좋다. 이런 생각을 했었죠. 마침 그분도 똑같은 생각을 했던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같이 공연 하나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나눴어요.
저보다도 모호씨가 뭔가 도모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다른 동료 뮤지션들과 일시적인 프로젝트들을 많이 하기도 했었고요. 처음엔 각자의 곡을 고르고 섞어서 공연도 하고 앨범도 내자 이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아예 공동의 곡을 만들어 보자로 발전되면서 팀으로까지 오게 되었죠.
4. 홍우주의 조합원으로 가입을 하시고 바로 이사회 활동을 하시고 계세요.  홍우주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이사 제안을 먼저 받고 홍우주에 가입을 하게 됐어요. 홍우주라는 단체는 시작 단계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때는 좋은 활동을 하고 있구나 그 정도였죠. 저는 저대로 몸 담고 활동하고 있는 데가 있으니까요. 그러다 작년, 재작년에 마포구 거버넌스 활동을 하게 되면서 홍우주의 멤버들을 좀 더 알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홍우주가 하는 일을 가까이서 보게 되었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함께 도모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홍우주 이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면서 큰 고민 없이 할 수 있으면 해볼게요 하고 시작하게 됐어요.
5. 이호님께 홍대앞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서울에서 태어나고 줄곧 화곡동 쪽에서 살았어요. 고등학생 되면서 가장 가까이 놀러 나올 수 있는 ‘시내’가 홍대, 신촌 여기였던 거예요. 그렇게 고등학교 때부터 홍대앞을 자주 왔었죠. 또 당시에 제가 풍물패를 했었거든요. 홍대, 연대 체육관이나 강당에서 공연도 하고 뒷풀이도 하고 자연스럽게 홍대에서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죠.
그 뒤에도 마찬가지에요. 지금까지의 제 놀이와 일은 다 이 동네에서 벌어진 거예요. 홍대앞은 저한테 생활하고 놀고 일하는 곳인 거죠. 그래서 홍대앞은 제가 형성된 동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워낙 다양한 정체성의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그런 공간에 점점 큰 덩어리의 대기업 건물들이 들어올 때 왠지 모르게 겁먹고 충격 받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아무래도 현재의 홍대앞은 자본과 완전히 떨어질 수 없는 곳이 되었지만 적어도 이 곳이 이윤이나 쓸모와 상관없이 재밌거나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동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할머니가 돼도 도전 정신을 가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 여기는 그렇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됩니다.
6. 홍대앞에서 시작해서 우주로 뻗어나갈! 홍우주가 앞으로 뻗어나갈 우주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거는 조금 어려운데, 저의 가치관과 제가 평소에 동의하는 내용들이 홍우주 활동 안에 녹아 들어가는 게 가장 자연스럽겠죠?
저는 다양성 확보를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요. 홍대앞에서 우주로 뻗어나갈 때 이 안에 꼭 담보해야 될 건 지역적인 것이든 성별이든 나이든 그런 기준이 잣대나 벽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술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어떤 것은 대중적이고 또 어떤 것은 순수한 거고. 이런 기준과 내용이 많이 해체되었으면 좋겠어요.
홍우주라면 제가 홍대앞에 대해 생각했던 것처럼 그런 가치관이 더 확장될 수 있는, 그리고 다른 지역,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에게도 퍼져갈 수 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7. 뮤지션유니온, 마포구예술활동거점지역활성화사업, 홍우주까지 굉장히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하고 계시는데, 활동을 하게끔 하는 원동력, 힘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게 중요한건 언제나 현재예요. 미래를 바라보면서 뭘 한다기보다 제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느끼고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들에 아주 작더라도 목소리를 내는거죠. 온라인으로 일시 후원금을 낸다든가 해시태그를 건다든가 하는 그런 일들이요.
오히려 원대한 목표가 있고 대단한 일을 하겠다. 저는 이런 마음으로 지속하기가 더 어려워요. 자꾸 패배감이 들고 내가 못났고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오히려 그런 이슈들에 대해 그때 그때 고민하고 연대하는 게 원동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업적 활동가의 삶을 사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진짜 온몸으로 실천하고 계시기 때문에 여기까지 조금씩 온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다만 저처럼 수동적이더라도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8.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음악가로 예술활동을 시작했는데 독립음악가이다보니 음악만 만드는 게 아니라 프로듀싱, 제작, 홍보, 디자인 등등 못하는 것 빼고는 다 직접 하거든요. 그 모든 과정을 예술가 본인들이 항상 해오던 게 버릇이다보니까 요즘은 아예 회사를 차려서 하고 있는 분들도 꽤 많아졌어요.
저 역시 저와 제가 소속돼 있는 밴드의 음악부터 접근을 해볼까 라는 고민이 시작점이 된거죠. 그러다가 이 모든 일을 제대로 같이 녹여보자 해서 사업자를 내고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음악, 디자인, 영상 등 할 수 있는 작업은 다 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이걸 체계적으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겠다 생각이 들어서 이제껏 했던 작업들을 아카이빙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9. 싱어송라이터, 창작자, 활동가, 스튜디오 운영 등 하고 계신 일이 많은데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 본인을 무엇이라고 소개(정의)를 하시나요?
지금까지는 늘 ‘음악가입니다’ 라고만 말했어요. 그러다가 작년 말, 올해 초부터는 제가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더 말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좀 덧붙이고 그리고 아마 홍우주 얘기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나의 정체성을 세 가지 정도로 설명하게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10.  음악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 호와호의 EP를 계획 중이에요. 그리고 이번에는 좀 더 의도적으로 주제와 스토리를 만들어서 작업하는 걸 시도해 보려고 해요. 콘셉트 앨범으로 내용과 이미지를 구성하고 외부와 연결하는 작업을 하려고요. 재밌을 것 같아요.
이호로서는 사실을 큰 계획이 있지는 않아요, 다만 소소하게 집에서 홈레코딩으로 싱글 앨범을 만들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나씩 툭툭 던져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으로 곡을 만들고 있습니다.
11. 싱어송라이터 로서 음악을 만드실 때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다거나 아니면 생각하시는 가치. 이거는 내가 꼭 가지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하시는 게 있으실까요?
항상 저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다양성과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들이거든요. 성별이나 나이, 출신 지역,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작업을 통해서도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또 하나는 저는 삶이란 게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어딘가로 끊임없이 흘러가고 통과하고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폴 고갱의 그림 중에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우리 어디로 가는가>라는 긴 제목의 그림이 있어요.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우리 어디로 가는가>
삼라만상이 담겨 있는데 아주 궁핍하고 건강도 안 좋았던, 굉장히 암울했던 시절에 그렸던 그림이라고 해요. 철학적인 제목에 비해 작가가 굉장히 빠른 시일 내에 그 작품을 완성했다고 하더라고요. 누구나 그런 질문을 갖고 살겠지만 저 역시 항상 인간 삶 속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해왔던 거 같아요. 결국은 죽음으로 갈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것들을 통과하는 과정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이고, 또는 나에게는 어떠해야 할까라는 게 가장 화두예요. 그렇다보니 항상 제 노래에는 길을 걷는다거나, 물을 유영한다거나 이런 이미지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두가지, 다양성 그리고 삶을 통과해 가는 과정들.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12. 홍대앞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여기! 무대륙이에요. 무대륙이 여기에 자리 잡은 건 한 10년쯤 됐고 그 이전에는 합정 상수 도로 쪽에 홍익산부인과라고 있어요. 맞은편에 시연이라는 카페가 있는데 아직도 있을 거예요. 그 2층이 무대륙이었어요. 제가 처음 갔던 게 2007년인가. 전시를 하거나 공연을 하면 보러 가고 낮에는 밥먹으러 밤에는 술마시러 가곤 했어요.
사실 제가 계속 이야기하는 저의 삶을 관통하는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그 가게가 저에게 주는 엄청난 세계관이 있었어요. 제가 홍대앞에서 느꼈던 많은 생각과 경험들을 좀 더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무대륙이였던 거 같아요.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직업도 다양하고, 하고 다니는 스타일도 너무 다양하고, 하물며 춤추는 모습이나 관심있는 주제도 다 다른데 그들이 평화롭게 모여서 놀고, 살고 이런 느낌을 받은 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알게 된 친구 덕분에 저도 음악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제가 삶을 살아가면서 예술이라는 것과 적극적으로 맞닿는 시작점이 되었죠. 굉장히 의미가 큰 공간이죠.
13. 무대륙 공간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무대륙은 1층이 카페, 지하가 공연장, 2,3층은 코워킹 스튜디오나 작업실, 편집샵, 공유텃밭 등으로 나뉘어 운영되어 왔어요. 다양한 마켓이 열리기도 했고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말을 일찍부터 사용했지요. 코로나 이후로 공연을 거의 못했지만, 보통 여기 1층에서는 드럼셋이 없는 공연들을 했어요. 클래식 공연이나 가벼운 재즈기타 연주나 어쿠스틱 공연들을 하고, 지하공간에서는 밴드셋 공연을 했죠. 지금은 건물이 노쇠한 탓에 지하공간에서 관객을 받지는 않고 있어요. 뮤지션들만 들어가서 라이브하고 그걸 촬영해서 실시간으로 송출합니다. ‘MUS’라고 하는데 1층공간에서 전송되는 화면과 사운드로 볼 수도 있고 유튜브채널로도 볼 수 있어요. 최근에 ‘MUB’라는 단편영화 상영 프로그램도 시작했다고 해요.
14. 최근 나를 감동시킨ㅇㅇ은 무엇인가요?
Detachment
‘무심함’ ‘거리를 둠’
영화 '디태치먼트' 입니다. 10년 전쯤에 개봉했던 건데 저는 최근에야 처음 봤어요. 줄거리를 얼핏 보면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건가? 생각이 들어요.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 문제를  다루는 것  같고요. 학부모,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소통이 안 되고 심각한 상태에 놓여져 있다. 를 보여주는데 주인공인 교사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 내용이에요. 그래서 저는 뭐 애들이 교화되는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보다 한거죠. (웃음) 그렇게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봤다가 너무 충격을 받았죠.
한 꺼풀 벗겨보면 주인공은 어린 시절 폭력적으로 분리되어버린 애착에 대한 충격을 가지고 살아 온 사람이에요. 삶의 극심한 고독이 보이는. 그리고 영화가 굉장히 냉정해요. 중간중간에 인터뷰 하는 듯한 다큐멘터리 기법을 조금씩 썼더라고요. 애써 따뜻하게 포장하거나 앞으로 잘 될 거야! 이런 희망이 아니라 모두가 고독하고 분리돼 있는 상태라는 게 그냥 지속적으로 느껴져요.
영화가 끝나고 스스로를 적나라하게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뭐라고 말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시선의 뉘앙스는 일종의 '비열한 냉정함' 에 대한 거예요. 사람들은 세상의 끔찍한 문제들을 맞닥뜨릴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외면할 때가 있잖아요. 혹은 기억을 지우거나. 본능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아까 말했던 우리의 삶의 가치나 좋은 면모들, 아니면 우리가 활동을 해나가는 이 모든 삶이 순식간에 다 껍데기 같고 과연 본질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맨 마지막에 <어셔가의 몰락>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구절을 주인공 목소리로 쭉 읽어요. 그걸 들으며 혼자 오밤중에 통곡을 했어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꼈어요.
지루하고 어둡고 조용한 그 해 가을
구름이 천국에서 우울하고 낮게 흐를 때
말을 타고 기묘하게 두려운 시골길을 지났다
우울한 어셔가의 저택을 보며
저녁 이슬의 그림자 같은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저택을 보자 우울함이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곳의 피 흘리는 벽과 단순한 풍경을 보았다
나의 우울한 영혼과 썩어버린 나무를 보았다
그것은 구역질 나는 마음의 냉정함이었다.
디태치먼트 中 에드가 앨런 포 <어셔가의 몰락>
일주일동안 힘들었어요. 원래 감동도 잘하고 잊어 먹기도 잘 잊어 먹거든요. 그래서 왠만하면 잘 빠져나오는데. 오랜만에 저에게 타격이 컸던 영화여서 소개하고 싶었고 이 주제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