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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인터뷰 - 권창섭/석지연

분류
조합원 인터뷰
인터뷰 일시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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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서 시 읽고 홍대에서 시 쓰기-권창섭/석지연
<STACCATO H>는 홍우주가 만든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문화예술을 매개로 창작, 놀이, 소비가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이 플랫폼에 <연시홍시> ( 연남동에서 시 읽고 홍대에서 시 쓰기)라는 프로그램으로 함께하고 있는 권창섭/석지연 두 조합원을 만났습니다.
두 분이서 같이 <<연시홍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같이할 생각을 했나요?
석 : 홍우주 가입 이전부터 창섭 씨를 알았습니다. 시를 쓰는 작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알게 됐어요. 그리고 창섭 씨가 홍우주에 가입한 걸 알게 됐죠. 마포구 안에서 문학을 매개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과 같이 해볼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프로젝트를 하나 해보자고 창섭 씨에게 제안을 했어요. 흔쾌히 오케이 했고 네트워크 파티에도 같이 갔습니다. 보통 시를 매개로 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대형 출판사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시창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시를 읽는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죠. 고민이 서로 비슷해서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홍우주에 가입한 이유가 뭘까요?
권 : 애초부터 큰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녜요. 나동혁 씨랑 노동당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라 이전부터 인연이 있었는데 가입 제안이 들어와서 의리로 가입했습니다. 가입해서 총회도 가보고 홈페이지도 찾아보고 사업 진행하는 것도 보니까 다방면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다양한 기획을 많이 하고 있어 흥미가 가더군요.
석 : 원래 단편선, 모라랑 술친구입니다. 작년 연말에 그문화다방에서 송년회 했잖아요. 지나가다가 우연히 마주쳤는데 끌려들어가서 술 먹다가 홍우주 가입 권유를 받았죠. 술김에 가입했습니다.
두 분이서 같이 알고 지낸지는 얼마나 되나요?
권 : 2013년인가? 2014년인가? 알고 지낸 지는 4~5년 정도 된 거 같네요. 평소에 교류는 별로 없었습니다. sns에서 가끔 보는 정도였죠.
석 : 창섭 씨는 꼭 문학이란 자장 안에서만 활동 하는 게 아니라 사회 문제 전반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편이죠. 그래서 같이 해보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저 나름대로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교류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게 홍우주 성격에도 맞고 홍대라는 지역특색에도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창섭 씨가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둘 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비롯해서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프로젝트 제안 이후에 <연시홍시>로 구체화되는 과정은 어땠나요?
권 : 네트워크 파티에서 지연 씨와 만나기 전까지 딱히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없었습니다. 그날 만나보니 지연 씨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저보다 훨씬 고민을 많이 했더라구요. 이후 워크샵과 투어를 결합해보자고 했고, 거기에 저는 아이디어를 보태는 수준이었어요. 주요 스팟을 사전 답사하면서 지연 씨 기획에 제 아이디어를 살짝 입히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석 :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 별로 없었어요. 처음에는 투어보다는 워크샵에 초점이 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네트워크 파티에서 투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까 평소 홍대 작가들이 어디에서 혹은 어디를 소재로 시를 썼었나 궁금증이 들어 그 생각을 결합시켜 봤어요. 창섭 씨 아이디어와 결합되면 잘 어울리겠다 싶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워크샵 위주였는데 의견을 나누면서 투어 요소가 강화됐어요.
지역을 연남동과 경의선 책거리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석 : 너무 오래 걸으면 지칠 거 같아서 적당한 거리를 생각해 봤을 때 이 정도가 적절해 보였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연남동과 홍대 일대에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나, 책과 관련된 장소들이 많아요. 처음 구상에서 메인은 경의선 책거리였습니다.
권 : 누가 대상이 될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누구를 주타겟으로 해야 할까 고민이었어요. 교집합은 “문학”과 “홍대”에 동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일 텐데, 홍대 바로 앞을 돌아다니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연남동 일대를 돌면서 흥미로운 간판만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경의선 책거리는 상징적 공간이라 넣었는데 파일럿을 진행할 때는 못 갔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부족하더군요. 너무 덥기도 했고.
투어 과정에 헬로인디북스, 사슴책방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석 : 사람들이 주로 대형서점에 가잖아요. 동네에 특색 있는 서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리는 책 말고도 세상에는 다양한 독립출판물이 있다는 것도 이야기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동네책방 가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권 : 기본 생각은 저도 비슷합니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특색 있는 공간을 보여주는 게 의미 있겠다 싶었어요. 그게 홍우주 성격과도 잘 맞구요. 대형 출판사가 하는 프로그램과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재미도 있을 것 같았구요.
석 : 책방마다 스토리가 있잖아요. 왜 사슴책방이란 이름을 지었는지 궁금해 할 것이고 콘셉트가 확실하게 있어서 그림/일러스트 관련 책을 파니까 고유한 특색도 드러날 것이고. 헬로인디북스는 인디출판물을 파니까 세상에 이런 흥미로운 출판물들을 판매하는 책방이 있구나 알게될 것이고.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을 직접 해보니 어땠습니까?
석 : 독서모임에서 한 분이 청소년을 다수 데리고 왔고 스타카토 H를 통해 신청하신 분도 있었어요.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가게 주인에게 설명은 못 들었고 대신 사전에 미리 설명하고 출발했습니다. 예상한 것과 반응이 달랐던 게 중학생 친구들이 잘 따라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집중력이 엄청 떨어지더라고요. 방탄소년단 이야기할 때 가장 즐거워하고. 오히려 성인 참가자들이 반짝거렸고. 동진시장 같은 경우는 거꾸로 학생들이 더 좋아하더군요. 반응을 예측할 수가 없었어요. 만약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면 10대 시선에서 봤어야 하는데 성인 위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우리가 준비한 내용이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해요. 10대를 대상으로 하려면 수정이 많이 필요하구나 생각했습니다.
권 : 중학교에서 예술교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바뀐 게 있어요. 청소년들과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우리가 읽었던 시는 기억에 안 남을 수도 있습니다. 걷던 내내 덥고 짜증났던 기억, 시장에서 먹을 거 사먹은 기억, 그런 소소한 것들이 좋든 싫든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청소년이 대상이 된다고 해서 이를 위해 프로그램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하고 시은 게 무엇인지 중심은 있어야 하니까요. 다만 누가 “핵심” 대상이 될 것인지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전히 애매합니다. 프로그램 전면 개편은 하지 않겠으나 주타겟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에는 변이를 가져야 할 테니까요.
석 : 실은 중학생과 성인을 구분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어요. 제가 중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입시에 나오는 시만 접했어요. 문제를 풀기 위한 경우를 빼면 청소년 시기에 문학을 향유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실제 성인은 다를 거 같지만 비슷해요. 시 읽어봤냐고 하면 다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이야기해요. 다양한 시와 문학이 있지만 접해볼 기회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 중학생 때 이런 시도 읽어보라며 현대시 시집을 준 선생님이 있었어요. 그게 나중에 기억이 나더군요. 그런 사소한 경험 하나가 되게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시에 진지하게 빠져볼 어떤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거죠.
권 : 다른 장르는 모르겠으나 문학은 공급자(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꽤 많아요. 그것도 대부분 문학 관련 출판사 위주죠. 그런데 수요자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은 많지도 않고 다양하지도 않아요. 요새 시는 너무 어렵다고 말하는데 이를 향유할 프로그램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독서 모임은 많지 않나요?
석 : 독서 모임은 많은데 시는 거의 포함되지 않아요. 문학도 주로 소설이나 인문학이 다수고요. 현대시는 난해하거나 어렵다는 생각이 많아요. 쉽게 일상에서 시적 요소가 많다는 걸 알려줄 수 없을까 고민합니다.
권 : 미술, 음악 같은 경우 수요자 대상 컨텐츠도 많습니다. 문학은 수요자들이 즐길 수 있는 게 낭독회가 대부분이에요. 낭독회를 제외하면 오프라인으로 문학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죠. 그런 측면에서 우리 프로그램에 스스로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수요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고민하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연시홍시>의 가치를 말씀하신 것 같은데 정리해서 말해 주세요.
석 : 시를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요. 아주 사소한 것이더라도. 일상 속에 시가 있다는 걸 같이 느껴보고 싶어요. 시가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매순간 보고 느끼는 일상 속에도 있다는 경험을 같이 나누고 싶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일상적인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는 경험도 해보는 거죠.
권 : 기획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문학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다양화하고 싶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요. 이런 저런 다양한 방법으로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기존 낭독회 중심의 문학 향유 말고 재밌는 프로그램을 고민해보고 싶어요.
석 : 낭독회도 좋은데 좀 더 다양한 컨텐츠가 있으면 좋겠어요. 주위에서 이런 프로그램 처음 봤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분명히 관심을 갖고 있는 거죠.
행사를 진행해보니 문제점은 없던가요?
권 : 아무래도 길거리에서 진행되다 보니 집중이 잘 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투어를 하는 중간중간에 시를 읽었는데 방법론을 좀 달리해봐야 할 거 같아요. 참여자들을 인솔하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해 봐야 할 테고요. 사람마다 관심도가 다르니 각각 어느 정도로 푸쉬를 해야할지도 고민이구요. 프로그램 자체를 수정하기보다는 진행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거리를 거닐며 시를 읽는데 매우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었어요. 연남동이 강남이나 명동과는 다르잖아요. 연남동 특유의 느낌이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느낌도 있구요. 시를 읽고 있으니 다른 행인들이 알아서 비껴주기도 하시더라구요.
석 : 사람이 너무 많기는 했죠. 골목골목 다니면서 숨겨져 있는 다양한 공간도 돌아보구요. 투어 코스가 그리 무리라는 생각은 안하는데 인솔이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강남처럼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까진 아니니까 사람이 많은 것은 기술적으로 잘 극복해 보려구요.
프로그램을 두 분이 같이 진행하는데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요?
권 : 워크샵 과정에서는 역할 분담이 확실해요. 시 쓸 때는 제가 진행하고 책갈피 만들 때는 지연 씨가 진행하죠. 그런데 투어할 때는 좀 애매해요. 거기까진 고민을 못 했어요. 워크샵과 투어가 결합된 프로그램인데 투어는 아주 치밀하게 설계를 못했어요. 다음엔 이 부분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석 : 창섭 씨가 중학생 가르쳐 보셨으니 인솔하시라고 했어요. 시 낭독도 분담을 했죠. 시 낭독 과정에서 고민했던 거는 시를 다 설명해주지 말자는 거였어요. 낭독할 시는 미리 정하되 해은 각자 직접 하게 내버려두자는 거죠.
요즘 시는 잘 팔리나요?
석 : 공급이 워낙 많아요. 영상의 시대이기도 하고, 출판시장이 줄었다고들 하지만 시집 자체는 여전히 팔리는 편입니다. 시집을 컬렉션처럼 인테리어용으로 두기도 하고 아무튼 시집 소비는 계속 되고 있다 생각합니다.
권 : 문제는 주요 소비층이 등단한 기성 작가들, 그리고 등단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죠.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다른 예술 장르와의 차이점이지 않을까요. 미술, 음악, 영화, 소설 등은 반드시 공인된 예술인, 그리고 공인을 꿈꾸는 예술인들만이 주요 시장은 아니잖아요?
석 : 글은 많은 예술 장르 중에 가장 준비물이 없는 장르죠. 펜과 종이 혹은 핸드폰만 있으면 되니까요.
권 : 문학상, 출판사, 문창과 출신, 등단제도 등등 이런 것들이 공고화된 시스템이죠.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독립출판사와 독립잡지들도 생기고 있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등단과 비등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표현도 많이 쓰이는데 저는 이 표현 역시 기존 구도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표현 스스로가 양분법적 구도를 계속 적용하고 있으며 또한 비등단 작가에 대한 “시혜”처럼 여겨질 수도 있잖아요? 물론 등단제도가 존재하는 한 작용될 수밖에 없는 양분법이지만... “등단과 비등단을 가리지 않는” 구도가 아닌 “등단과 비등단”이라는 경계가 작가를 분류하는 양분법적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는 구도를 지향해야겠지요.
로컬투어 준비할 때 읽은 책이 <3만엔 비즈니스>라는 책이었습니다. 핵심은 자기 삶을 자립적으로 만들기 위한 관계망을 구축하면서 적게 벌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자는 거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권 : <연시홍시>가 3만원 짜리 워크샵+투어 프로그램인데, 이를 5천원짜리 끼니 6번, 이렇게 환산해야만 하는 층이 우리의 주타겟이긴 어렵습니다. 적은 돈은 아니잖아요. 3만원이라고 들었을 때 굳이 이를 자신의 생계적 차원에서의 금액 환산을 할 필요가 없는 층. 그런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은 꽤 있는데 어디서 찾아서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할 것이냐 이런 문제로 생각해야겠지요. 왔다 간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에 고민을 더 해야 합니다. 저처럼 계속 문학의 자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저는 국문과를 나왔고 지연씨도 문창과를 나와서 계속 그 자장 안에 있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잘 되려면 다양한 모임에도 가봐야 할 같고 이 프로그램에 흥미 있을 만한 사람들의 욕구를 읽어야 할 거 같아요. 큰 돈은 못 벌겠지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참가자 인터뷰도 하고 다음 프로그램에는 뒤풀이라도 할까 고민 중입니다.
석 : 저는 재능기부라는 말 되게 싫어해요. 사람을 지치게 하죠. 생계가 유지가 안 되니까요. 프리랜서 개념이어도 최소한의 생활비는 벌고 지속가능하도록 건강은 돌보면서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죠. 공들여 쓴 건데 계속 재능기부를 하면서 살 수는 없고 결국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야 합니다. 절실하죠.
권 : 저희가 유명한 시인이 되면 더 유인 효과도 발생할 것 같고...(웃음) 지방독서모임 같은 곳을 타겟으로 하면 어떨까도 생각해 봤어요. 문화 소비에 대한 욕망은 강하지만 지역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그 욕망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구매층들이 존재할 겁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다른 투어나 워크샵 프로그램도 연계시키면 더 효과가 좋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올 때마다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미 참여했던 사람들이 다음에는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하여 다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된다면 구매층에 대한 고민을 일부분은 덜게 될 테니까요.
석 : 유지가능한 수준 정도에서 오래 버티는 게 중요하죠. 글쓰는 것도 그렇잖아요. 오래 버티는 사람이 살아남는 겁니다.
두 분이 하는 다른 활동도 궁합니다.
석 : 창섭 씨는 이것저것 많이 해요. 저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그림을 자주 그립니다.
권 : 저는 솔직히 시인으로서 정체성이 거의 없습니다. 자기 소개할 때 떠오르는 수식어가 여럿 있을 텐데 시인이라고 소개를 거의 안 해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정체성이 가장 강하죠.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과 떠들고 놀고 하는 게 저랑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문학에 엄청난 아우라를 부여하지도 않고, 의존적이지 않다 보니 캐주얼하게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석 : 선택의 문제죠. 문학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으면 그 만큼 다양한 활동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둘이 생각이 맞으니까 같이 하는 거죠. <연시홍시>라는 제목은 창섭 씨가 정했어요. 제목 자체가 많은 것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정작 자기는 반신반의 하던데 나는 확 와 닿았어요.
문화예술로 먹고 사는 거 어려운 일이죠. 주위 사람들 대부분 여러 가지 일을 해요. 이게 시대 추세인 거 같아요.
석 : 전업작가는 1% 정도 될까 그렇습니다. 누구든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 건 맞습니다. 복잡해질 수밖에 없죠.
권 : 홍우주랑 계속 뭔가를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합니다.
석 : 소설가, 극작가는 가로 끝나는데 시인은 인으로 끝납니다. 이게 직업인가 물으면 애매해지죠? 가끔은 자괴감도 들고.
향후 몇 년간 구상이 있나요?
권 : 없습니다. 생각대로 되는 게 없더라구요. 박사학위를 포기하면서 모든 구상이 사라졌습니다. 제 성격의 장점이 쉽게 무책임해진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편안히 살아갈 수 있고 어떻게든 살아가긴 하겠지 하는 낙관도 생깁니다. 동시에 제 성격의 단점은 엄청난 열의가 없다는 것이고요. 미친 듯이 신나는 것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석 : 항상 생각이 내 안에서 충돌합니다. 차도 있고, 집도 있고, 결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 성향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니 항상 부딪쳐요. 그렇다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나 생각하면 쉽지 않죠. 조율해나가면서 삽니다.
홍우주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요?
석 : <연시홍시>를 하면서 다듬고 보완해 가면서 계속 하고 싶습니다. 사람들과 이런 방식으로 만나서 소통하는 게 좋습니다. 홍우주가 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홍우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만났으면 해요.
권 : 홍우주 자체가 지역기반을 강하게 갖고 있잖아요. 스타카토 H에 함께하는 사람끼리도 서로 연결되면 좋겠어요. 다양한 프로그램이 서로 섞여서 복합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거죠. 낮에는 <연시홍시> 투어를 하고 밤에는 공연을 포함해서 클럽투어를 하는 것도 좋구요. 일종의 종합학원이랄까?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모이는거죠. 그러면서 커뮤니티도 강화되었으면 합니다. 끊임없이 서로 자극이 되고 얽혀들며 연결되는 식으로.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