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시를 쓰고 있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는 권창섭입니다. 홍우주에는 2017년에 가입을 하고 조합원 활동을 하다 이번에 제5기 이사회에 이사를 맡아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2. 조합원으로 활동하시다가 이사직에 출마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임이사였던 나동혁 이사랑 친분으로 홍우주 가입 권유를 받아서 가입을 했어요. 이후 문학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기획/진행에 볼 것을 제안받아 <연시홍시>라는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었고요. 당시 이사장이셨던 정문식 이사께서 앞으로 더 많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보실 것을 제안하였으나, 당시 여건이 딱히 좋진 않아서 실제로 이루어진 건 없었죠. 아쉬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홍우주에 문학 관련 인프라가 더 확보된다면, 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마침 이번 이사진에 출마해 볼 것을 제안받게 되었어요. 사실 저 한 사람이 이사진에 포함된다고 하여, 갑자기 문학 관련 역량의 질과 양이 급상승하지야 않겠다만, 조금은 기여하는 바는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이사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3. 어떤 시를 쓰고 싶다라기보다는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신다고 소개하신 걸 봤는데 현재는 어떠신가요?
제가 그런 말을 했을 당시에는 “시인”보다는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이 강했던 것 같아요. 당시 진보정당 당적을 갖고, “본가궁중족발” 투쟁에 열심히 연대할 때라 그렇게 답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은 조금은 상태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첫 시집도 내면서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강해지고 정당 활동이나 연대 활동들을 실질적으로 하는 것 없어서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은 많이 희미해진 상태예요.
그렇다고 하여 여러 사회적 현안에 관심이 없다는 건 전혀 아니고요. 여전히 지금도 현장에 나가거나 직접적으로 활동에 나서고 있진 않지만, 귀추를 지켜보고 있는 일들은 많습니다. 게다가 이번 정권을 보면 아무래도 무언가, 거리로 나가게 될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4. 당시 활동가로서의 동력을 어디서로부터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 저는 스스로를 무척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런 이성적인 면이 동력이 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오히려 감성의 측면에서 발생하는 돌발성이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는 것 아닐까요? 그게 무엇이든 남들 앞에 나서게 되는 계기는 대단한 신념과 가치 이런 것들이 우선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라는 느낌과 감정, 그리고 그때의 돌발성이 큰 역할을 한다고 봐요. 저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고요.
5. 시 이외에 다른 글도 많이 쓰고 계신데, 글로써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나 신념이 있으신가요?
꼭 “글”이라는 형태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나 신념이 있지는 않아요. 글을 쓰는 사람들 중 ‘후대에도 있을 수 있는 영속성을 가진 글을 쓰고 싶다’ 이런 욕망을 가진 이들도 많긴 한데. 저는 그런 욕망이 있진 않습니다. 그냥 지금 읽히고 나중엔 안 읽혀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웃음)
다만 누구나 그렇듯, 제 글에도 스타일은 있는 것 같아요. 당장 내가 맞닥뜨린 현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글들을 많이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 글이나 시를 읽으시는 분들이 ‘이 구체적인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잘 모를 수도 있겠다.’라는 말을 많이 하세요. 무슨 말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저는 해당 상황을 모르는 사람을 크게 겨냥하여 글을 쓰기보다는 해당 상황이나 내용을 아는 사람을 겨냥하여 글을 쓰는 편이거든요. 구체적인 상황을 잘 알면 더욱 흥미롭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강한 듯합니다. 동어반복인 듯하지만 구체적이고 현실과 맞닿은, 뜬구름 잡지 않는, 그런 글을 많이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6. 『구체적인 삶』 에서 ‘노을을 더 구체적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구름, 구름을 더 구체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바람’ ··· 창섭님을 더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걷는 행위인 것 같아요. mbti 기준으로 “N” 속성인 사람들은 망상이 많다고들 이야기 하잖아요. 저도 N이라서 그런지, 집에 가만히 있으면 관심의 범위가 저 내부로만 향하면서 온갖 잡생각에 빠지게 돼요. 그런 잡생각만 하다가 하루가 갈 때가 많은데, 그럴 땐 마치 제가 앞서 언급한 뜬구름이 되는 기분이 들어요.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과 아무 상관 없는, 혹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각들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루가 망쳐지는 듯해요. 그럴 때 밖에 나가서 걸으면, 사람들을 보게 되고, 간판들을 보게 되고, 차들을 보게 되고, 새들을 보게 되고, 오늘의 날씨를 경험하게 돼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뜬구름에서, 살아 있는 한 사람으로 내려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걷는 행위로서 제 자신이 구체적으로 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아요.
7. 즐겨하시는 취미나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 스스로도 안타까운 것이 딱히 이렇다할 취미가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걷기” 말곤 내세울 게 없어요. 한때 칼림바라는 악기를 연습해 보기도 하고, 한때 카트라이더란 게임을 열심히 하기도 하고 했지만, 모두 “한때”였을 뿐이지, 지속적인 취미였다고 말하긴 민망하네요. 그래서 올해는 뭐라도 취미를 가져보자, 그리고 이왕이면 “활동적인” 취미를 가져보자는 마음이 들어, “연기”, “드럼”, “탱고”, 이 셋 중 하나를 배워보기 시작할까…다짐을 했지만, 5월이 가까이 온 지금, 셋 중 그 무엇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웃음)
8. 홍대 앞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한동안 홍익대학교에서 수업을 맡아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학교 안의 몇몇 공간들을 좋아하곤 했었죠. 수업 전후로 숨을 돌릴 만한 공간들이 있었습니다.
홍익대학교 밖인, “홍대앞”이라고 하면 글쎄요. 특정한 지점이나 장소가 바로 떠오르진 않네요. 다만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산울림 소극장 방향으로 놓인 그 길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홍대앞의 다른 길들에 비해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조용한 느낌이잖아요?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싫어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홍대앞”이라고 했을 때 느껴지는 화려함이나 활발함과는 달리, 조용하고도 차분한 느낌을 주는 점에서 또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9. 최근 내게 감동을 준
추천 여부를 떠나서 질문에만 충실하게 답변하자면, 최근 제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콘텐츠는 바로 마블의 첫 드라마 시리즈 “완다비전”입니다. 제목 그대로 마블 유니버스의 히어로, “완다”와 “비전”이 주인공인 시리즈인데요. 제 생애 최고의 시리즈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게 보았어요.
사실 전, <아이언맨>을 비롯해서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마블 영화를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었는데요. 이번 겨울, 약 두어달 동안 “디즈니+”를 구독하기 시작하 는 김에 몰아서 보았습니다. 저는 히어로물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또한 비현실적인 내용에도 크게 몰입을 하지 못하는 편이라 이런 유형의 영화들을 멀리해 왔었는데요. 무려 스물 몇 편의 영화를 두 달간 몰아서 보면서… 어벤져스 덕후… 아니… 팬이 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마침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히어로 “완다”와 “비전”이 주인공인 시리즈물이었다 보니 더욱 가슴을 부여잡으며 시청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