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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인터뷰 - 이현정

분류
조합원 인터뷰
인터뷰 일시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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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곳 - 이현정
중단되었던 조합원 인터뷰를 다시 시작합니다. 매월 발행하는 뉴스레터에 조합원 인터뷰를 싣습니다. 2018년 4월호에는 이현정 조합원을 인터뷰 했습니다.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 홍우주에 가입한 이현정입니다.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인드 트립이라는 로컬투어 콘텐츠를 만들고 가이드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클래스도 운영하고 워크샵도 진행합니다. 두 가지라고 말씀드렸지만 제 생각에는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립과 명상이 합쳐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명상은 주로 어디서 하시나요?
“주로 집에서 해요. 방 한 칸을 비워서 명상 전용으로 만들었어요. 워크샵은 한 달에 한 번씩 하는데 장소는 매번 달라집니다.”
– 집은 어디에 있나요?
“연남동에 있습니다.”
홍대 인근에서 로컬 트립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결혼 전에는 세종대 쪽에 살았는데 다니던 회사가 망원동에 있었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망원동을 이사 갔죠. 망원동에서 살면서 회사 생활 10년 넘게 하다 보니 많이 힘들었어요. 회사 그만두고 1년 정도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나서 평소 관심 있던 거 그냥 다 해보자 싶었어요. 연남동으로 이사도 갔구요. 여행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죠. 현지인 친구들의 삶 속으로 쑤욱 들어갔던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종로에 있는 조계사 사찰 안내 봉사활동을 했어요. 외국인들이 패키지 여행 코스로 조계사를 많이 갑니다. 한국 불교를 맛볼 수 있는데 접근성도 좋으니까요. 그런데 다들 버스 타고 오면 3분 설명 듣고 3분 사진 찍고 그냥 가요. 막상 조계사에 담긴 서사는 전혀 듣지 못하죠. 아쉬운 마음에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짜서 가이드를 했어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좋아할 때 보람을 느꼈어요.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해주는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 거군요?
“네. 회사를 알아보니 생각이 딱 맞는 그런 곳은 없더군요. 하지만 직접 사업을 한다고 하면 막막하고 거대하게 느껴졌어요. 내 능력에 가당키나 한건지도 의문이고. 즐기려고 하는 것인지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애매하고. 계속 고민하다가 2016년에 사회적기업육성사업에 참가하면서 사업자 등록을 했어요. 처음엔 종로에서 시작했습니다.”
종로에서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봉사활동하고 일을 한 곳이 주로 종로였어요. 자연스럽게 서촌을 알게 됐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서울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 매력적이었어요. 정서도 마음에 들고. 그러다 점점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연남동 투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홍우주를 만나게 된 것이죠.”
– 직장생활 오래하다 관뒀는데 재정에 대한 고민이 클 거 같아요.
“10년 뒤는 생각 안하고 있어요. 예전에 직장 생활할 때 정말 열심히 했어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었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다 허상이었어요. 열심히 살았지만 나한테 맞지않은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이 항상 있었어요. 지금 하는 일은 그런 이질적인 느낌이 없어요. 나한테 맞는 옷 같아요. 수입은 많이 떨어졌지만 만족해요. 처음 사업자등록을 할 때는 겁이 났어요. 그런데 막상 서류 내니까 끝이라 생각보다 별것 없더라구요. 올해가 사업 3년차인데 경제적으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요. 워낙 수입이 바닥부터 출발해서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거죠. 처음엔 겨울 오고 비수기 되면 여행도 꼬박꼬박 다닐 거라고 낭만적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겨울 되니 돈이 없더군요. 생각처럼 만만하지는 않아요. 이전에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계속 도움이 됩니다. 인연이 새로운 인연을 이어주면서 관계망이 생겨나요. 물론 전체적인 수입은 여전히 부족한 형편입니다. 월급이 고정적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불안감도 여전해요.”
– 수입이 달라져도 소비패턴은 바꾸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없나요?
“원래 잘 안 쓰긴 했지만 그래도 규모가 확실히 달라졌어요. 소비가 많이 줄었죠. 두 사람이 1년간 여행한 게 컸어요. 배낭 하나로 1년 살다가 집에 와보니 방한가득 옷이었어요. 평생 옷은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전히 새것을 사고 싶다는 욕구는 있어요. 그럴 땐 가끔 중고매장에서 구매하며 욕구를 풀어요. 주위에서도 계속 옷을 주는데 이제는 내 취향이 아닌 것도 입을 수 있어 재밌어요”
– 여행이 많은 것을 바꾼 것 같다.
“긴 여행을 다녀온 후 사람들이 취하는 태도는 저마다 다르더라구요. 전세금까지 빼서 2년 넘게 여행한 사람도 봤어요. 그런데 돌아와서 원룸으로 옮기더니 다시 직장 얻고 열심히 일해서 점점 큰 집으로 가더군요. 장기 여행을 갔다 와도 한국 오면 다른 삶을 살더라구요. 우리는 정반대였죠. 여행 때 익힌 삶을 최대한 여기서도 구현해 보려고 하죠. 비슷한 사람들을 찾았어요. 고민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불안과 욕구를 사회적으로 함께 해결하는 거죠. 정반대 세계에서는 계속 부동산 이야기를 합니다. 그 세계는 늘 불안을 줘요. 제 삶도 불안요소가 있지만 관계가 기반이 되면 안심이 듭니다. 여전히 아프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남아 있지만 남과 경쟁하고 비교하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 다시 사업 이야기를 해볼게요. 외국인이 연남동 트립을 할 때 특이한 점이 있나요?
“연남동은 한국인에게는 아주 많이 알려진 공간이죠. 하지만 외국인은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홍대는 알지만 연남동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연남동은 홍대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곳이죠. 공방도 많고 색다른 체험도 가능하고. 가이드북이나 블로그에서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는 곳이니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한국인들만 주로 아는 공간에 왔다는 호기심 같은 거? 로컬 트립이 많은 거 같아도 접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고 시장도 너무 작아요. 실제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지역의 세세한 특징을 이야기해주면 흥미를 느끼죠.”
– 명상을 곁들인 프로그램은 작년과 어떻게 다른가요?
“작년 특구 사업에서는 로컬투어와 명상을 결합시키려 했어요. 올해는 각자 고유한 성격이 잘 살아나도록 분리하고, 명상 워크샵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정체성과 본인 활동은 어떻게 연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젊을 때 인디씬은 선망의 존재였죠. 지금은 이곳이 제 생활 공간입니다. 예전보다 라이브클럽을 다니는 회수는 줄었습니다. 생활패턴도 많이 달라졌구요. 종로에서 투어를 하다 보니 내가 발 딛고 있는 동네에서 투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어요. 생활과 일의 터전이 같아지길 바랐죠. 내가 애정을 가지고 발 딛고 살아가는 곳에서 삶과 일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홍우주에 가입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좀 더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 왜 굳이 홍대앞에서 명상을 하냐는 질문도 받을 거 같아요.
“기존의 명상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명상은 공기 좋은 산이나 바다에서 한다거나, 어렵고 힘든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마인드트립이 추구하는 명상은 살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명상이에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명상 컨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다양한 문화가 섞여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홍대스러움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무겁고 종교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명상을 쉽고 캐쥬얼한 일상속 명상으로 재해석하는 컨텐츠가 홍대앞에도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홍대앞을 규정짓는 고정된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고정하려는 순간 배타적 느낌이 들죠. 오히려 누구나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게 홍대앞 특징 같아요.
“홍대앞에서 워크샵 할 때는 확실히 느낌은 다르긴 해요.”
마지막으로 홍우주에 대한 기대나 바람이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홍우주를 통해서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홍우주가 좋은 파트너가 되었으면 해요. 마라톤할 때 런닝메이트 같은 존재를 생각합니다. 양쪽이 고르게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쉽지 않고 좌충우돌 할 수밖에 없는데 서로 지지해주면서 기반도 되어 주는 존재. 다음부터는 제가 조합원 인터뷰를 함께 진행하잖아요. 아직은 조합원들 잘 모르니까 인터뷰 하면서 알아가고 싶어요. 홍우주의 런닝메이트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