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우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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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취지 및 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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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인터뷰 - 나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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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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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나동혁입니다. 홍우주에서는 2016년 3월에서 2019년 말까지 약 4년 동안 사무국장으로 근무했었네요.
본업은 학원 강사고 부캐로는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에서 이사장을 하고 있습니다. 수학 책도 몇 권 써냈는데, 요새 작가 활동은 많이 소강 상태 입니다.
2. 홍우주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지역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당시 아는 사람도 몇 없던때라 어디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하나,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죠. 그때 당시 정문식 이상 저랑 진보신당 당원이였어서 몇 없는 아는 사람중에 정문식 이사가 있었어요.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났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저한테 먼저 사무국장을 해볼 생각이 없냐 묻더라고요. 나는 문화예술 잘 모른다 했더니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회계도 해야하고,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줄 사람이 지금 필요하다. 그렇게 함께 일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서로에게 딱 필요한 타이밍에 만났던거죠.
홍우주 설립 초반부터 함께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이슈가 있다면?
매일매일 일할 공간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슈였죠. 정말 많이 옮겨다녔고.. 남의
사무실에서 더부살이도 했었고(웃음) 일상예술 창작센터에서 편의를 봐줘서 그쪽
사무실 거실에 책상 놓고 일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것도 없을 때는 카페 돌면서
회의하고 그랬었죠. 문화비축기지 들어가서는 컨테이너 사무실을 썼었는데,
여름에는 미친 듯이 덥고 겨울에는 전기가 딸려서 커피 포트 키면 전기 나가고
그런 식으로 지냈던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한편으로는 그럴 때가 재밌었기도 해요.
3. 홍우주에서 유일하게 꾸준히 운영중인 전통있는 ‘홍우주 산악회’ 모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산악회라고 하니까 되게 세보이는데, 사실 그냥 등산 모임이에요.
처음에는 사무국장으로서 활동의 일환으로 먼저 소모임을 만들어 보자 했던거였어요.
저는 원래 산 타는 것도 좋아하고 자전거 여행도 좋아하고 클라이밍 수영 등 몸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등산모임으로 만들었었죠.
처음 모임 개설했을 때는 11명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날 저만 나왔어요. 당일이 돼서 피곤해요. 아파요. 하더니 아무도 안나오더라고요.
그날 일부러 셀카 찍어가지고 단톡방에 계속 올렸어요. 미안하라고(웃음) 그랬더니 다음번엔 한 서너 명 나오더라고요.
정문식이사가 조언해 주기를 등산하지 말고 그냥 먹고 술을 마셔라! 해서 조언을 적극 받아들여서 지금은 타협을 했죠.
뉴스레터에 꼭 써주세요. 그냥 언덕 올라가서 3시간 걷고 술 7시간씩 마시는 모임입니다.
부담갖지 말고 참여해주세요.
몸 쓰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등산 외에 하고계신 운동이나 취미가 있으신가요?
현재 배드민턴 모임도 하고 있어요. 나무그늘이 주축이 돼서 만든 모임이고, 이름은
마포 라켓단이에요. 조합 활성화를 위해 만든 모임이기는 하지만 구분없이 다같이
모여서 베드민턴 치고 있어요.
마포라켓단 모임은 안정화돼서 정기 모임으로 일요일 오후 4시 6시 마다 모이고
있습니다. 저희 목적은 그냥 몸을 쓰는 즐거움을 누구나 느꼈으면 좋겠다. 이게
모토이기 때문에 베드민턴을 아주 잘 칠 필요도 전혀 없고 부담도 주지 않아요.
일요일 오후 4시 6시입니다. 오세요!
4. 현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은 올해로 11년 정도 운영되면서 지역에서 어느정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협동조합으로서 활동력도 상당히 뛰어난 조합이에요. 그러다보니 저도 홍우주에서 활동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거죠. 옛날에는 베이스가 염리 대흥동 이쪽이었는데 여기도 홍우주 처럼 몇 번 쫒겨나고 이런 끝에 지금은 경성중고 사거리 자산화 건물인 모놀에 들어가 있어요. 나무그늘이 운영하는 공간이 두 곳 있는데, 염리 대흥동 쪽에는 그동안 활동했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작은나무그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과 엮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찾아보고 있는 중 입니다.
조합내에서 정기적으로 돌아가는 이벤트들이 몇가지 있어요. 영화나 다큐를 함께 보는 상영회나, 금요일을 슬금슬금의 날이라고 해서 같이 술 먹고 배드민턴도 치는 이벤트가 있죠. 곧 기후위기 오픈마이크도 개최 할 예정이니 홍우주에서도 관심있으신 분들은 같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수학강사로 활동하시면서 최근 세 번째 수학 교양서를 출판 하셨는데, 처음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2000년 초반 병역 거부를 해서 감옥을 다녀오고 출소를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10년의 계획을 짰었어요. 30대 때는 전세로 이사갈 수 있을 만큼만 벌고, 40살이 되면 다시 활동가로 살아야지 생각했습니다. 대체로  스스로 정한 계획에 따라서 살아온 것 같아요. 실제로 딱 30살 부터 학원 강사를 시작했고, 40살이 됐을 때 학원을 그만뒀죠. 이후 학원 강사가 아닌 걸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경험을 살려서 책을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고, 한번 시작하면 그래도 세 권까지는 써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실제로 세 권을 썼죠.
요즘 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점은 처음 책을 쓸 때 목표는 수학적 사고라는 것이 사회문제와 어떻게 연결이 가능하고 그래서 왜 중요한 것인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강연을 나가면 결국에는 입시 얘기에요. 결국은 수학 등급을 올리려면 무슨 문제집을 풀어야 하나요? 그런 부분에서 회의적인 생각도 많이 들고 돈도 안되고(웃음) 요즘은 그래서 의욕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6. 《수학의 눈으로 보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에서의 수학적 사고란 무엇이며,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학적 사고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명확한 인과관계.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나머지는 다 가설일 뿐이다. 이게 핵심이에요.
사실 사람이나 사회 문제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도 법과 제도는 수학의 언어를 많이 따라합니다. 용어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명확하게 약속된 언어의 사용, 그리고 이에 따른 논리적 인과관계의 추론이라는 수학적 사고의 핵심은 민주주의 사회도 그대로 스며 들어 있습니다.
7. 꾸준히 사회운동을 하는 이유와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 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병역 거부를 했던 2000년대 초 당시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됐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언론으로부터 엄청 공격을 받았었죠. ‘네가 병역거부를 하는 이유는 뭐냐’ 등 항상 스스로 검열 할 것을 요구 받았단 말이에요. 나는 평화주의자인가? 내가 이걸 하는 이유는 뭔가? 사회를 설득가능 할 수 있게 스스로 객관화를 했어야 하다보니까 당시에는 사회운동을 하는 이유에 준비된 교과서같은 답이 항상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이런 질문이 당신은 왜 살려고 하십니까? 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 생명체가 왜 지금처럼 설계되었는가?라고 했을 때 이유가 없거든요. 그냥 우연히 이렇게 된 거란 말이죠. 저는 왜 사회 운동을 하려고 하냐에 대해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아요. 굳이 대답을 하자면 그냥 이렇게 살아왔고 지금의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8. 현재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회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남들이 관심 있는 거엔 다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도 마포에 살면서 제일 에너지를 많이 쏟는 부분은 역시 부동산인 것 같아요.
지역 활동을 하면서 항상 끊이지 않는 질문인 것 같아요. 마포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떠돌잖아요. 사람들이 정착할 수 없고 정주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삶의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을까? 그런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9. 홍대앞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어젯 밤에 자면서 생각을 해봤는데 딱히 생각나는 데가 없는 거예요.
말했지만 저는 자전거 여행이나 활동적인 것들은 좋아하다 보니까 동네 카페에 가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던가 하는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딱히 생각나는 데가 없더라고요.
그나마 생각나는 건 맨날 갔던 술집들과 우리가 싸웠던 곳들. 그래서 두리반인 것 같아요.
그리고 곱창전골. 정문식이사랑 있을 때 많이 갔었죠. 곱창전골은 정신줄 놓으면서 있게되는 몇 안 되는 곳 중에 하나에요.
10. 최근 내게 감동을 준?
옛날 병역 거부 할 당시 함께 했던 지인 중에 이상민이라는 분이 있었어요.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것도 아니였고, 그 분이 자전거 관련된 일을 하셔서 이후 자전거 타거나 그럴 일이 있을 때나 연락을 종종 하던 분이였죠. 얼마 전에 그 분이 자전거 타다가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되게 오랜만에 이분이 당시 병역 거부 하셨을 때 썼던 소견서 글을 보게 된거죠.
소견서라는게 재판 자료이기도 하고 언론용이라 사실 사회적으로 보여지는 거기 때문에 보통 정돈된 언어로 쓰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근데 그 분은 내가 얼마나 찌질하고 불안전한 인간인지 자신의 정돈되지 않은 생각들을 솔직하게 드러나는 글을 쓰셨더라고요. 그게 이상하게 굉장히 슬펐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더 이상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가 사회 운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을 크게 던지지 않아요. 그저 내년에 뭐 할거고, 5년 뒤에는 뭐할거고, 이런 생각들만 하게 되는데, 가끔씩 이런 걸 읽어보면 뭐랄까 아주 저 밑바닥에 있는 질문들을 한 번씩 해보게 되는 거 같아요.  당시에 고민했던 당신의 생각. 그리고 나의 생각. 맞아 그런 게 소중하지. 잊지 말고 살아가자. 아무리 삶에 찌들더라도 가끔씩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자. 그런 생각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