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이 변하는 건 다 돈 때문이죠 - 강진형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매월 발행하는 뉴스레터에 조합원 인터뷰를 싣습니다. 2016년 12월호에는 강진형 조합원을 인터뷰 했습니다. (인터뷰어=정현석 조합원, 사진=신혁진 조합원)
※ 본 인터뷰는 오마이뉴스에서 기사화되었으며 해당 기사 내용을 아래에 붙입니다.
2013년 '서교예술실험센터'가 임대기간 만료로 폐관위기를 맞았다. 이때 홍대 앞 문화예술인이 앞장서 폐관 반대 캠페인을 전개하여 서울시와 마포구 간 계약연장 결정을 얻어냈다.
2013년 12월 서울시장과 함께 한 홍대 앞 문화예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협의체 구성이 제안되어, 2014년 8월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보전과 관련 정책 · 제도 개입을 통한 자치권 획득이라는 목표로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초기 명칭 '홍대앞에서 시작해서 우주로 뻗어나갈 문화예술 사회적 협동조합')이 결성되었다.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은 문화예술생산자와 소비자 등 다중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매달 조합원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인터뷰이로 류승완 서교예술실험센터 운영위원, 신문자 일상예술창작센터 생활창작지원과장, 김솔지 미학 연구자, 오창훈 제비다방 대표 등이 있다. 2016년 11월 25일 다섯 번째 인터뷰이로 카페 언플러그드 강진형 사장을 만났다. - 기자 말
홍대 앞은 단순한 지명을 넘어 홍대 앞에서 자생한 문화까지 통칭한다. 카페 언플러그드는 홍대 앞에서 음악을 테마로 한 대표적인 카페다. 누구나 카페 안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다. 매주 저녁 시간대에는 공연이 열린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6-18번지. 우연히 방문하기는 인적이 드문 곳. 그래선지 손님 대부분이 단골이다. 강진형 사장은 카페 언플러그드를 자유가 있는 카페라 소개한다.
기억나는 뮤지션? 진언이도 있고, 곽푸른하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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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 번 이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카페 언플러그드는 언제 시작하셨나요?
"2008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부터 카페로 시작했다기보다는 모임방이었죠. 음악하는 사람들의 작은 연습실 겸 모임방이었어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차도 한 잔씩 하고 운영비도 내야 하니 가볍게 음료도 팔고. 이사하기 전 그 위치 4층에서 시작했어요. 2010년에 5층을 얻었고요. 4층을 카페로 쓰면서 오픈마이크도 하고 공연도 하다가 5층은 공연장으로만 썼죠. 날씨 좋을 때는 옥상에서도 공연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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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이상 카페 겸 공연장을 운영하고 계신 셈인데, 기억나는 뮤지션이나 공연이 있으신가요?
"너무 많죠. 여기 지나간 친구 중에 진언이도 있고, 곽푸른하늘도 있고, 현희도 있고, 김사월도 있고, 밀아도 오픈마이크에서 만나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다 오픈마이크였어요. 지금보다는 2009-2010년 당시의 오픈마이크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좁은 데서 복작거리고 했던 것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런 추억이 홍대다운 것이 아니었나. 그렇게 했던 것이 지금까지도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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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는 손님의 반응은 어떤가요?
"극단적이긴 한데, 아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주 어색해하는 사람도 있어요. 카페인 줄 알고 왔는데 기타를 치고 있으니까. 친 음악적인 사람은 그런 소리마저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은 불편할 수도 있죠. 언플러그드는 조금 더 보통 사람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긴 한데, 음악적인 특색이 있어서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기는 해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찾아오는 경우는 적으니까요. 이사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궁금한 사람이 찾아와요. 처음 오는 사람은 거의 알아볼 수 있어요. 동네 카페라는 느낌이에요. 이를테면 홍대에 있으면 관광객이 들어올 수도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들어오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뭔가 궁금증이 생겨서 들어오거나 사람 사이에 연이 닿아서 카페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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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기 전과 지금이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거기랑 여기랑 엄청 다르죠. 그때는 사람 구경하던 입장이었고, 지금은 1층에 있지만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요. 언플러그드를 오픈할 즈음 2006-2007년 당시에는 합정동이 엄청 조용했어요. 그쪽은 예전 연남동처럼 조용한 골목이고, 작은 북카페들이 많았죠. '즐거운 북카페'라는 곳이 있었어요. 거기에 가면 책만 잔뜩 쌓여 있고 주방이 하나 있어요. 작은데 주인 색깔이 확 나타나는 분위기에 반했어요. 그 사람은 책을 좋아해서 북카페를 하니까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음악 카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합정동이나 상수동에 가면 번화하고 바글바글하고 그런 느낌이지, 예술이라기보다 여유 있고 공간만의 특색을 가진 공간은 찾기 어려워요. 홍대에 넘치는 건 맛집이나 술집이라 공간에 주인장의 색깔은 찾기 어려워요. 합정동 가면 홍대인지 일본인지 알 수가 없어요. 죄다 일식집에. 하여튼 색깔을 잃어가는 건 좋아 보이지 않아요. 색깔을 유지하는 가게가 몇 개 없죠. 그 당시에 있던 색깔이 별로 없고. 원인은 다 돈이죠. 돈 벌겠다고 들어오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그 당시 작은 작업실의 느낌이 무엇이냐 하면 주인장이 작업해야 하는데, 내 작업실로 쓰고 월세도 내야 하니까 작게 가게를 운영하는 거죠. 지인들이 와서 놀고. 지금은 가게를 한다고 하면 돈을 벌고 나가겠다는 생각이니, 그 당시처럼 운영을 안 하는 거죠.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굳이 홍대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을 이유가 없는 거죠. 저는 지금처럼 이 주위가 조용한 게 좋아요. 사람이 많으면 이런 분위기를 유지 못할 것 같아요. 쫓기는 기분이 되겠죠. 그 속에서 나도 달려야 할 것 같은데, 뭔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여기서 쫓겨나면 다음에는 홍대 주변으로 가든지 시골로 가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계속 홍대 앞에 머무는 이유...음악하는 친구들이 여기 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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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홍대 앞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음악하는 친구들이 여기 있었기 때문인 건 확실해요. 음악이 아니라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어요. 주변에 음악하는 친구들이 많고, 그 친구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동네에 모여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비슷한 가게가 주변에 모여 있는 것도요. 살롱 노마드, 클럽 빵, 네스트나다, 스트레인지 프룻이 가까이 있다는 건 일을 도모하기도 좋고, 그런 것이 모여 있어서 홍대의 씬을 만드는 거죠. 한국의 젊은 음악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여길 찾아와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킨다는 건 각자 힘을 합친 덕분인 거죠. 그래서 다복길 중심으로 클럽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약간 정체기에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클럽 몇 개가 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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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소개되는 등 홍대 앞은 이미 망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홍대 밖으로 이주하는 예술인도 늘고 있고요. 대안이 있을까요?
"아직 대안이 없어요. 탈홍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대안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점으로만 빠져나갔지, 모여 있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그게 홍대가 아직 살아 있는 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은 사실 육성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자생해야 하는 거죠. 어디선가 홍대 말고 다른 대안이 생겼다면 홍대가 위험할 수도 있겠죠. 누가 한다고 해서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가령 지방에서 돈을 들여서라던지. 돈을 들이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죠. 돈만 가지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예술가를 1000억을 들여서 육성한다고 훌륭한 예술가가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환경은 좋아져야죠. 다만 환경이 좋아진다고 문학가가 나오고 예술가가 나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정책 만드는 사람이 계획하면 그대로 될 것처럼 생각하는 건 의식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쪽에서 만드는 가치를 인정해줘야죠. '홍대가 망하면 다른 데서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여기서 컸던 걸 거기서 향유할 수 있는 거죠. 거기서 키워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홍대가 이대로 가다가는 점점 그런 기능을 잃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앞으로는 엔터테인먼트에서 키우겠지. K-POP의 본고장이 되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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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합원으로서 홍우주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바라는 것이라던지.
"이 동네에서 비슷한 사람끼리, 또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단체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죠. 순수한 것만 지켜나가면 좋지 않을까요. 변하지 않고. 초심대로 순수하게 운영을 해야죠. 항상 그게 어려운 것 같아요. 홍대에 있는 사람들이 제일 못하는 게 뭉치는 것도 뭉치는 거지만, 뭉치고 나서 힘을 얻고 변질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조직이 커지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고. 하여튼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고요. 잘 되고 있으니까요. 관광특구 문제 같은 경우에도 우리가 나서도 아무 소용 없을 것으로 생각했으면 밀실에서 다 진행되지 않았을까요. 그런 면에서 홍우주는 좋은 역할을 했잖아요."